한상섭 회장/한국독성학회
최근 우리 독성 학계에서 굵직한 국제 학술행사를 유치하는 쾌거를 거뒀다. 오는 2013년 세계독성학회(ICT, International Congress of Toxicology) 유치에 성공한 한국독성학회 한상섭 회장(안전성평가연구소장)을 만나 그 의미와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세계독성학회는 전 세계 독성전문가들의 협력을 촉진하고 관련분야 전문 지식의 보급과 확대를 위해 지난 1980년 설립된 국제적 권위의 독성 연구 전문 학회로 3년에 한 번씩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3,000여 명의 회원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다.
한국독성학회는 지난 2006년 5월부터 본격적인 행사 유치에 나서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11회 대회에서 막판까지 멕시코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2013년 행사의 서울 개최를 최종 확정지었다.
한상섭 회장은 이번 ICT 유치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우리의 독성학 분야 연구에 대한 노력과 발전상을 세계 학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를 계기로 독성 연구 분야는 물론 우리의 신약개발 관련 기술력과 인프라의 발전상을 세계에 알리고, 신약개발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독성 연구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됐다는 측면에서도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볼 수 있었듯이 이번 ICT 유치 또한 멕시코와 치열한 선의의 경쟁이 있었다. 적절한 전략 수립과 관련 기관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이번 ICT 유치 또한 보장할 수 없었다.
독성학회의 성공 노하우를 간추려 보면 국내 행정 기관/단체의 지원 활용 지역 내 적극적 협력 분위기 사전 조성 학술행사 본연의 취지에 주력한 홍보 전략 인적네트워킹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 등 국제행사 유치에 대한 노하우와 컨텐츠를 갖고 있는 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낸 것이 홍보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런 국제 학술행사는 대륙간의 안배도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열린 아시아독성학회에서 아시아권 국가들의 적극적인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했다.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싼 물가나 관광자원 등을 부각시키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의 물가를 거론하는 등 학술 외적인 요소에 집중한 멕시코에 비해, 한국 독성학의 발전상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부스 전시도 하는 등 학회 본연의 취지에 집중하는 홍보 전략을 구사한 것이 잘 맞아 떨어졌다.
더불어 학술적인 컨셉으로 일관하다 최종 결정일에만 한복을 입은 홍보요원을 배치해 현장의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최종 의사결정에 대한 임팩트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이밖에도 한 회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표를 갖고 있는 일본 독성학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던 것과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받았던 인도 연수생이 인도 독성학회 부회장직을 맡았다는 점도 한국의 ICT 유치에 대한 지지자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
물론 행사의 유치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상섭 회장은 재정문제에서부터 앞선 개최국들과 어떤 차별화 되는 형식과 내용을 보여줄 것인지, 한국의 독성 연구와 신약개발 역량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알려낼 수 있을지 등 정작 어려운 문제는 지금부터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준비는 아마 2010년 바르셀로나 행사 직후부터 시작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 11회 행사에는 다음 행사 추진의 주최가 되어야 할 세대의 인력들을 집중적으로 참석시켰습니다. 물론 저도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해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한국의 제약산업 현황 투어나 정부 관계자의 신약개발 투자 노력 발표 등 프로그램도 추진했으면 합니다. 또한 재정 부분의 해결과 보다 성공적인 행사 진행을 위해서는 특히 과기부, 식약청, 제약업계, 관련 연구기관, 그리고 회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김정준 기자